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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 스타일 행운권 추첨

by mmgoon 2015. 9. 18.





"저기저기 그러니까 미스터킴이 오신다는 것이져?"

"엉. 어떻게 시간이 되네. 함 참석할테니까 등록좀부탁해"

"오오. 잘되었네여. 등록해드릴께여"

"그리고 해 주는 김에 울 직원들도 싹- 다 참석하는 것으로 해줘바바"

"넹"


모모사에서 간만에 호치민에서 신기술 발표회를 겸함 일종의 Technology Day를 연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런 기회에 예산 절약한다고 올 해 모든 기술연수를 없애버려 시무룩해 있는 직원들에게 신기술도 보게 해주고 나도 가서 요사이 동향도 파악할 겸 해서 기술회의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는데...

역/시/나/

예정에 없던 회의가 잡힌다. 그것도 빠질 수 없는... 아아-


"부장님. 지금 출발해야 되는데...."

"아아아- 니데들끼리만 다녀와. 난 (이런 상황을 주신 하늘을 원망하며) 회의에 가야해"

"넹-"


나를 남겨두고 인간들이 쌩-하면서 사라진다.

사무실이 확 조용해졌다. 요새 것들은 충성심이란 없나보다. 흑흑흑-


명색이 부장인데 곤조를 팍- 부려가지고


"야야, 회의시간에 뭔 얘기 나올지 모르니 몽땅 대기하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난 너무 착하다. 흠흠.




결국 한시간반 동안 열라 재미없는 회의엘 참석하고 나왔더니 전화가 온다.


"아아아아아- 미스터킴!!! 오늘 못오신다구여!!!!"

"엉. 그렇게 되었어. 미안"

"아아, 그럼 지금 잠깐이라도 좋으니 오시져"

"왜?"

"그러니까요. 기술 발표가 끝나고 행운권 추첨이 있단 말이에여"

"아이 뭐. 행운권 추첨하러 간다는 것이 우습자나. 암튼 미안하고 울 애들 챙겨줘서 고맙고. 다시 연락하자구"


전화를 내려놓으면서 문득 베트남 스타일의 행운권 추첨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베트남 친구들은 영어로 Lucky Draw라고 부르는 이 행운권 추첨을 아주아주아주아주 좋아한다.

이런 이유로 아주 작은 모임이나 대회 등등에 가도 비록 소박한 가재도구라도 꼭 행운권 추첨을 하는 경향이다.

우리집에 있는 뭐랄까 평생 쓸 일이 없어보이는 비옷이라든가, 이상한 유리컵이라든가, 이름모를 라면 등등이 이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 행운권 추첨의 결과가 특히나 그 날의 최고 상품들에 대해서는 그리 '행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골프대회를 갔는데 행운권 1등 상품이 나름 가격이 있는 드라이버나 그런 것이라고 하면 어짜피 그 녀석을 데리고 갈 사람은 이미 내정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베트남 스타일이다.

사회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제로 어떤 행운권이 뽑히든지 그 녀석을 기 지정된 그분에게 바치게 훈련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제일 좋은 것 > 그다음 좋은 것 > 나머지들 이런 순서로 일종의 배분이 이루어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 집에 목각 수저세트라든지, 이상한 라면들 즉 '나머지'에 해당되는 물건이 많은 것이다. 

아아- 빨랑 진급해야지. 흑흑흑-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단체 채팅장에 글들이 올라온다.


'아아아- ㅉ 녀석이 2등상품인 블루투스 스피커를 땄어요!!!'

'일단 허접한 상들(나머지에 해당되져)은 ㅁㅁ사와 ㅂ사에게 돌아가고 있네요'

'아아아아아- 1등상인 카메라가 나왔어요. 꼭 가지고파여'

'오오오오오!!!! 그 카메라를 봄양이 땄어여'


일단, 절대로 블루투스 스피커라든지, 디지털 카메라 등등의 레벨의 행운의 상품이 걸릴만한 모임이 아니었고,

이번에 오는 인간들 중에 내 급은 ㅂ사의 모모씨 (술친구) 정도라고 보면,

왠지 스피커나 카메라 둘 중에 하나는 내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그런 생각과

ㅂ사 모모씨도 오늘 참석하지 못했다는 그런 해석의 마음이 강하게 든다.


뭐,

늙은이 2명이 (난 늙지 않았다구!!!) 빠지자 행운권 추첨이 정말 행운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갔다는 그런 느낌이다.

소장이 여자라고 해상에 보내지 않은 관계로 요사이 시무록해 있는 봄양이 조금 기운을 차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행운권 추첨은 이러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