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돼'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알람이 울릴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이 이번 체육행사의 첫 날이고, 늦어도 아침 6시 45분까지는 현장에 도착을 해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게다가
"알간? 내가 당신을 뭐랄까 중요한 조에 넣었단 말이야. 내가 잠시 돌았었나봐. 흑흑-
암튼 니가 소속된 그 조는... 아아- 다 필요없어 술 마시고 지각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자고"
"아침에 택시 잡기 어렵지 않을까?"
"내가 그 핑계 대지 못하게 호텔로 차를 보내마"
라는 식으로 이번 행사 주최한 ㄱ 녀석이 오기 전부터 떠들어댔기 때문에 몸은 영- 아니었지만 겨우겨우 추스려서 골프장으로 향했다.
여지없이 이 잔인한 행사 주최자 녀석들은 새벽부터 마실 것 좀 달라고 하면 맥주를 주기 시작했다.
물론 위스키콕이나 클렌베리 보드카 등등도 마실 수 있었지만 그나마 물에 가장 가까운 녀석이 맥주였다는 -_-;;;;;;
첫번째 홀로 이동을 했더니 이번에 나를 초대한 ㄱ 녀석이 당황스럽게도 피그렛 복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녀석은 카나다 출신 모범생같이 생겼다 -_-;;;)
"아아- 안녕. 니가 시간을 맞춰서 와주다니 눈물이...."
"시끄러 건들지마. 속 안좋아. 그나저나 왠 피그렛이야? 너 부사장이자나?"
"흑흑흑흑- 사장이 자기 골프친다고 나보고 이 옷 입고 손님들께 기쁨을 주래"
"나름 귀엽다"
"장난치냐? 흑흑 암튼 너네 조를 비롯해서 니 앞 뒤쪽 조 등등은 뭐랄까 너 빼고 대충 사장급들이야.
문제 일으키지 마시고 즐거운 골프지삼"
"근데 왜 나를 이런 곳에 넣은거야"
"아아, 나름 고객이자나"
ㄱ네 회사 부스걸들. ㄱ녀석은 피그렛 옷을 입은 자기 사진 올리면 죽인다고 했다
암튼 불쌍한 ㄱ 녀석을 뒤로 하고 골프를 시작했다.
뭐 이 행사는 간만에 참석을 했지만 (이라크에 이런 행사가 있을 턱이 없자나 -_-;;;;) 예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거의 매 홀에는 맥주와 고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골프에 약 20%, 음주에 약 30%, 수다에 약 30%,
언뉘들과 대화에 20% 정도의 노력을 쏟으면서 느릿느릿 경기가 진행됐다.
거의 경기가 종반으로 다다르고 힘이 빠져서 다음 홀로 접어들었는데...
오옷!!!!
엄청난 댄스 뮤식이 쿵쾅거리면서 울리는 곳이 나타났다.
생각을 해보니, 지난 달 정도에 만난 러시아 녀석이
"야야, 이번에 우리가 말이야 러시아식 제너러시티를 보여주갔어"
"러시아식 제너러시티?"
"암튼 이번 대회때 울 회사 부스에 와바바"
라고 했었던 적이 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귀가 찢어지게 음악이 쿵쿵 거리는 부스로 들어갔다.
러시안 스타일
"아하하하하- 미스터 킴, 이리와. 내가 얘기했지? 이게 바로 자랑스런 러시안 스타일이야"
쭉쭉 빵빵한 러시아 미녀를 기대했었으나 (음악이 완전 미친듯한 댄스였다)
실제로 안쪽에는 풍족한 러시아식 음식들이 넘실거리면서 러시아 보드카를 비롯한 각종 술들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러시아로부터 초빙한 엄청난 덩치에 러시아 아주머니들이 얼굴에 웃음을 띄시면서 고기를 듬뚝듬뿍 접시에 담아주고 있었다.
넘쳐나는 고기들과 먹을 것들
아아- 베트남 최대 유전을 보유한 이 회사는 뭔가 방향을 잘못잡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풍족한 고기덕에 (러시아 넘들은 아마도 채소라는 것을 먹지 않는듯) 배는 빵빵해졌다.
이쪽은 미국식
암튼 우리조는 왠일인지 나름 분발을 해서 나름 만족스러운 점수를 만들면서 1일차 경기를 마무리했다.
네네 만족스런 경기(?)였다져
이렇게 장장 6시간 30분간의 오전 경기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나가서 마사지라도 받을까 했지만 오늘 저녁의 일정을 생각하고는 바로 샤워를 하고 낮잠을 청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자다가 일어나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자면....
ㄱ네 회사에서 주최하는 비치파티였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침부터 피글렛 복장에 물총들고 뛰어다니던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주섬주섬 옷을 찾아입고 파티장으로 갔다.
저멀리 보이는 오늘의 파티장
이번 저녁 파티를 주최한 녀석들은 뭐랄까 나름 멋진 비치파티를 계획하고는 필리핀 밴드와 가수들,
그리고 훌라 댄스걸등등을 준비했고,
해산물과 고기가 중심이 된 (아아- 이 업계 전체가 야채는 먹지 않는듯) 바베큐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역시나 밴드는 필리핀 밴드
문/제/는/
아까 낮에 경기할 때도 느꼈지만 오늘 엄청난 바람이 불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다쪽으로 약간 높이 설치된 무대는 실로 엄청난 바람이 불어대서 가수들은 거의 죽어가고,
댄서들은 언뉘들이 몸집이 작은 관계로 바람에 떠밀리면서 춤을 춰야 했다.
바람과 맞서 싸우는 댄서 언니들
결국,
준비되었던 몇몇 행사는 취소되었고 주최한 녀석들은 이걸 만회하느라 엄청난 술들을 풀어댔고,
뭐랄까 파티장은 더더욱 좋은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었다.
결국 바람을 피해 아래로 내려온 댄서 언니들... 아마도 이 때부터 파티가 과열되었다는 기억이..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이번에 자원봉사로 회사에 휴가가까지 내고 붕타우에 온 봄양이
"아아 미스터킴 이쪽은 저희 교수님이세염"
한다.
"아아, 요사이 애들 안가르치고 골프만 치나봐? 아까 아주 난리났더군"
"훗- 이라크에서 골프 연습도 못했나봐. 죽을 쑤던데"
등등의 따뜻한 대화(?)를 봄이네 교수와 나누자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랍니다) 봄이는
'도데체 저 인간은 나이가 몇이야?'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대충 이런저런 인사를 마치고 바에나 갈까하고 나오려는데
아까 입었던 피그렛 복장을 벗어버린 ㄱ 녀석이 (사실 녀석은 누누히 말하지만 부사장이다)
"야야, 너 내일 오후에 경기지? 자자자, 딴 데 가지말로 이리로 오라구"
"여기가 어딘데?"
"훗훗훗- 이번 대회를 위해 울 회사가 아에 바 하나를 통채로 전세를 냈어.
자자 이 암밴드를 하고 오면 모든 것이 공짜야"
하면서 암밴드를 내민다.
결국....
ㄱ네 바는 시작이었고, 이후 여기저기서 뭉친 인간들에 둘러싸여서 붕타우 도심을 미친듯이 돌아다니다보니 새벽이었다.
뭐랄까 너무나 전형적인 이 대회의 모습을 묵묵히 마치 무슨 전통을 수행하듯이 나와 내 친구들은 해낸(?) 것이다.
겨우겨우 새벽에 호텔로 돌아와서 어짜피 오후 경기인데... 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돌아다닌 이야기 > 베트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첫 하노이 출장 (2) | 2015.01.13 |
---|---|
2014 자선행사(?) 보고서 - 세째 날 체육행사 그리고 호치민 귀환 (0) | 2014.12.06 |
2014 자선행사(?) 보고서 - 첫 날 도착 (0) | 2014.12.06 |
비가 내리는 붕타우 (0) | 2014.08.03 |
다낭으로 떠난 팀 빌딩 - 마지막 날 풍경 (2) | 2014.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