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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비가 내리는 붕타우

언제나 특이함이라고는 없는 붕타우 출장이 결정이 되었고, 해가 쨍쨍거리는 호치민 거리를 떠나서 2시간 차를 달려 붕타우에 왔다.

오늘은 그냥 용역업체 장비를 보러온 것이니까 큰 이슈는 없고, 비를 줄줄 맞아가면서 이런저런 장비들을 체크했다. 


그렇다.

붕타우는 비가 좍좍 내렸다가 줄줄 내렸다가 하는 그런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지난 번에도 묶었던 숙소인 페트로셋코라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오늘의 숙소



“아아, 미스터 킴"

“안뇽~ 빨랑 키 줘. 쉬어야됨"

“아아- 제가 여기에 미리 오신다고 뽑아… … …”


저렴하지만 100% 완벽하지 않은 이 호텔이 아마도 내 걸로 뽑아놓은 방을 누구엔가 확인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준 것이 분명하지만, 뭐 여긴 베트남이다.


“내 방 없어?”

“아니, 있어요 있다구요"


누가 봐도 내 방을 급조하는 티가 나지만 머엉하고 티비를 보고 있었더니


“하하하. 여기 키가 있습니다"


한다.


그래서 들어온 방은 뭐.. 나름 괜찮다.

창문 밖으로는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텅텅비고 을시년스러운 흰 건물이 있고 (아아- 뭐야 밤에 뭐 나오나?), 그 옆은 해산물 식당, 그 옆은 잡화점이 있다.


문제의 그 흰 건물




메일들을 체크하고 (참고로 저는 스마트폰 중독이 아닙니다. 메일 중독이라구요 -_-;;;) 몇몇 메일들에 답장을 달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부터는 일종에 해상 근무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이 예정되어 있고, 오늘 저녁 식사도 예정되어 있어서 

뭐랄까 ‘결정할 것이 없는' 그런 상황에 창밖에는 비가 오고 등등 해서 (물론 앞에 하얀집도 영향을 주고) 간만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오늘 저녁에는 해물을 먹을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앞에를 바라다 보니 ‘간 돼지고기 맛’ 컵라면이 있다.

도데체 돼지고기 간 것을 어떻게 컵라면에 올려 먹을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도무지 맛을 예측할 수 없다. 잠깐 집어들었다가 내려놓는다. 




으음… 무슨 맛일까?




생각해보면 이런 분위기. 그러니까 뭔가 아득하고 침잠하고 약간은 무기력한 분위기가 좋아서 수 년 전에 이 도시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참 동안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절대적인 고독은 인간들이 없는 그런 환경에 존재하지만 내가 필요한 단절은 이런 식으로 도시 안에서 느끼는 그런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사람들은 분명이 밖에 있고, 나는 별 생각 없어도 계속 이어가는데 지장이 없고, 다가올 일들은 정해져 있고 컨트롤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그런 것.


이젠 비가 슬슬 잦아들고 있다.

조금 있으면 저녁 먹으로 로비로 나가고 차를 타고 바닷가에 있는 분명히 허름한 (즉, 외국인용이 아닌) 식당에서 조개들을 맥주와 먹을 것이다.


가끔은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갈 때 와서 머엉- 하는 곳. 

그게 내 붕타우인듯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녁에 먹은 해산물들…



이 랍스터는 비싸서… 흑흑… 포기.



늘 먹던 소라는 오늘 패스...




오늘은 떤 팟 이라는 해산물집이죠.




러시아제 보트카 걸이 보트카를 권합니다. 으음… 일단은 미모를 보고… 패스




내가 좋아하는 조개요리.




일종의 아귀 구이 요리. 맛있죠.




삶은 문어 요리와 공심채 마늘 볶음.




새우 오도리.. 흠흠...




어쩌다 보니 먹기 열전이 되었네요.


빗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그런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