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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주말이야기 2006.4.2.



교회에서 이런저런 일로 시간이 늦어졌고 게다가 이 핑계로 점심까지 얻어먹는 그런 일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물론 순전히 핑계지만) 오늘은 '관광객 흉내내는 날'로 정하고 길을 나섰다.


우선 동커이 거리 주변에서 차를 내리고는 탄아저씨를 보내고, 

아침에 꾸려온 그러니까 평소 교민모드로는 결단코 들고 다니지 않는 그런 스타일의 관광객 가방을 메고 길을 걸었다.


뭐랄까 효과라는 것은 아주 만점이어서 평소에 베트남말로 뭐라뭐라 하던 인간들이 (흑흑- 점점 까매지고 있어요-) 영어나 일본어로 뭔가 팔아보겠다고 물어댄다.

길거리 사진도 찍고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잘 안찍지만 뭐 나는 관광객인 척 하는 중이니까...) 다니다가 

결국 배낭여행객인 것처럼 하면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인 De Tham거리에 와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다.


가끔은....

이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2001년부터 대부분의 삶을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는 빈도수가 현격하게 줄어든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래도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든지 일상성이라는 것은 있어서' 일종의 탈출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아 이런 얘기 집어치우고...

이 카페 그러니까 Saigon Cyberf Cafe는 예전에 한 번 온적이 있다.

2002년 1월에 논문에 쓸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서 그리고 영국의 겨울이 지겹기도 해서 

베트남에 와서 1996년이래 처음으로 싸구려 호텔에 묶으면서 하루 평균 3시간의 일을 하면서 

10일간 빈둥거리면서 보낸 그때 처음으로 손님을 모시지 않고 간 미토관광을 마치고 8시쯤 찾아들어서 후에식 반세오와 맥주를 마신 집이다.


당시에 있던 스탭은 한국말도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철저히 서양화되어있는지 영어에 대부분 열심이다.

아마도 한국사람들은 나는 모르지만 어딘가 한국사람들만을 위한 그런 곳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한 친구녀석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거봐 말이야. 만일 아주아주 익숙한 그런 밥도 팔고 맥주도 파는 그런 집이 있는데 거기 있는 스텝들이 나를 알고 아주 익숙하게 대하는 거야. 

그리고 그 집은 내가 자주 가니까 약 5% 정도의 일종의 보이지 않는 회원의 특권을 주는 거지."

"그런데?"

"그럼 나는 평생 결혼 안하고 살수도 있어"

"아이구 바보랑 술을 마시고 있어요"


지금도 왜 그 인간이 '바보'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없는 그런 '이상향'을 말한 것이다.


얼마전에 신임사장이 왔었다.

그리고 예의 그 본인이 숨긴 개인적인 그리고 관계가 있는 욕망을 숨긴채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들어야 하는 그런 순간이 있었다.

주제는 '한번 떠돌기 시작한 인간들은 계속 떠돌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문득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전혀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대학교 1학년때 같이 술을 마시던 PD 계열 누나가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너는 붙잡히지 말고 계속 떠돌아"



뭐 결론은....

솔직히 그 동안 사모은 장식장이니 커티폿이니 하는 것들을 그리고 세일때 구입해둔 가구들이랑 인테리어 소품들을 한국에 좌악 펴놓고 살고도 싶지만 

자기 가구도 없고, 영구적인 것도 없고, 하루에 2-3가지 언어로 얘기해야하고 내가 약해지면 봐주는 넘 하나 없지만 아직은 '떠돌아 다닌 것'이 좋다는 얘기.

아직도 관광객 모드. 술만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다면 still ok


(판다군으로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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