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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문득 은퇴한 이후를 생각해 봤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은퇴하면 조용한 시골마을에 집 하나 짓고, 텃밭도 가꾸고 뭐 그렇게 살거야”


라는 말을 또 들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일종에 고향에 대한 향수같은 것이 있는지, 아니면 도시가 싫은 것인지, 

아니면 텃밭에 대한 집착이라도 있는 것 마냥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충 위와 같은 은퇴계획을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다니는 회사를 무사히(?) 마치고 작은 퇴직금을 받아들고 나서라도 

시골로 갈 생각도 없고,

조용하게 살 생각도 없으며,

텃밭고 가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일단,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자랐고 지금도 도시에도 살고 있기에

시골 생활이라고는 모른다.

내게 있어서 삶과 생활이란 골목 사이에 있는 것이지 나무나 풀밭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직업상 그넘의 자연을 헤멘적이 많은 까닭에 자연은 업무의 대상이지 릴랙스의 장소가 될 수 없으며,

인간관계도 평생 도시 스타일의 인간관계에 익숙한 내가 

소위 시골스러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살짝 무시당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되는 그런 관계가 좋을리 없다.

결국 내가 돌아가고픈 곳은 골목이 있는 도시인 것이다.


조용함.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로 미친듯이 조용한 곳에 있어야만 한 적들이 있었고,

그 곳들에서 알아낸 것은 나는 결단코 조용 무쌍한 환경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베트남 호치민시 도심 한 가운데에서 공사 소리와, 사람들 소리와, 자동차 소리와 나이트 클럽 뮤직과 함께 살고 있는데, 

퇴직했다고 조용해 빠진 곳에 산다면 아마도 인생 최초로 정신병이란 것이 올 것 같다.


시골집.

여기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자면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시골집이란 대부분 위치는 시골이지만 내부는 완벽히 도심과 같은 그런 공간을 말한다.

하지만 내부가 도시와 같다고 해도 그 위치라는 것이 결단코 녹녹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자기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상대적인 폐쇄성과 평균 연령을 고려해보면 외지인이 지방에 한 마을에 정착하는데에는 수 년의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개인주의자인 나는 익명성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위치를 노린다.


텃밭.

일평생 길러본 식용작물이라고는 로즈마리 정도인 나로서는 은퇴해서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는 수 없이 식용작물을 기른다고 하더라도 

도심 옥상에 있는 화분 3-4개면 충분한 노동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주말농장에 한 때 미쳤던 어느 분의 삶을 바라다 보았을 때 겨우 그 정도 크기의 텃밭을 가꾸는데 인생의 그 많은 부분이 포기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결국 한국에서 잘 나지 않는 프레쉬한 허브가 필요하다면 뭐 이 정도 화분에서 기를까 고려하는 정도니까 텃밭은 그닥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그렇게 산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점 기쁜 것들을 포기하지만 그래도 삶에서 기쁨을 주는 요소들을 모으면 

뭐랄까 포장된 도로와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다가 등산에 미칠 수도 있겠지만 중동을 떠나서 꽤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 양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산에 자기가 원해서 올라가는 일도 나름 시간이 필요하거나 아에 불가능할 것 같다.

삶이란 소소하게 익숙한 가게들을 다니거나 익숙한 서점을 구경하거나 익숙한 길거리 카페를 전전하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종합을 해보면,

나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은퇴를 하면 혹은 당하면


‘적당한 도시 한 구석에 적당한 집 

그러니까 침실, 거실, 부엌, 목욕실 등이 잘 구분되어 있는 (원룸 스타일이 아니다) 

너무 크지 않은 (청소하기 귀찮다) 적당한 크기의 집에 

옥상이나 혹시나 돈 되면 중정에 화분을 가꾸면서 골목 사이를 오가는 삶을 살고싶다’


라고 말을 하고프다.



시골의 작은 집을 말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이미 도시화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결국 은퇴 후에 도시에서 살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은퇴한 다음에 살기 좋은 지방이 아닌 도시를 꾸며서 유치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어거지로 이웃간의 관계를 강요하지 않고 도시 스타일의 말년을 보내고 픈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늙은 이들은 서울에 집이 있고, 청년들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연출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도시형 노친네들은 나름 즐거운 도시형 노년을 보내고 서울이나 뭐 이런 도시들은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에게 넘기고 말이다.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정작 은퇴할 때가 되면 또 다른 세상에 또 다른 상황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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