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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붕타우 9월 1박2일

by mmgoon 2016. 9. 11.



사무실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아 미스터킴. 그러니까 지난 번에 보낸 초대장 답장을 줘야져"

"뭔 초대?"

"울 회사 창립 25주년 기념행사여"

"안갈래"

"왜여?"


그러니까 이번에 초대를 받은 회사는 뭐랄까 베트남에서 정부와 합작회사로 정부의 비호하에 독과점으로 이득을 내고 있는 뭐랄까 전형적인 베트남식 회사로, 붕타우에 본사가 있다.

이런 이유로 창립 25주년 행사라고 해봤자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국영회사들과 베트남 직원들만 대충 모여서 순전한 베트남 스타일로 

(그러니까 공산당 스타일로 진행되면서 영어는 전체 언어의 10% 미만이 되는) 치뤄지는 행사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아아앙- 안되여 꼭 오셔야 해여!!"

"왜?"

"이번에 우리 사장님이 뭐랄까 인터내셔널 하게 하라고 했단 말이에여"

"인터내셔널?"

"그 동안 베트남 로컬 회사라는 오명(?)을 이번 기회에 확 고치자고 하세여. 글고 이번에 노동훈장도 받는 중요한 행사에여"

"노동훈장이 인터내셔널 한거야?"

"아앙-"


금요일 오후에 그것도 호치민도 아닌 붕타우에서 행사 참석이라니, 말도 안되는 귀차니즘이 밀려와서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소장님이 부른다.


"김부장아 금요일 오후에 바쁘냐?"

"아녀"

"잘 되었네. 이번에 ㅁ사 25주년 행사에 가자구"

"엥?"


결국 ㅁ사네 사장이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꼭 오십사하고 떠든 바람에 금싸라기같은 금요일 오후에 소장님까지 모시고 (아아- 옵션이 추가되었다) 붕타우행이 결정되었다.


금요일에 팀회의까지 마치고, 대충 업무를 정리하고, 간만에 정장에 넥타이까지 차려입고, 소장님 모시고 (크흑), 차를 타고 붕타우로 향했다.


평생 이런 식의 행사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ㅁ사는 이번에는 기필코 인터내셔널한 행사를 하겠다고 나름 5성급 호텔을 수배해서 행사장소로 삼았다.


호텔로비로 들어가자 사장을 비롯한 무리들이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싹싹한 미소를 띄면서 우리를 맞이했다.


"아아- 이쪽으로 오시지요"

"네"


아오자이를 떨쳐입은 도우미들이 가슴팍에 꽃을 달아주자


"자 이쪽을 보세요"

"넹"


준비된 3명의 사진사들이 어색하게 ㅁ사 사장과 어깨동무를 한 우리들을 미친듯이 찍어댄다. 

이런식으로 외국인들을 참석시켜 인터내셔널한 느낌을 주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그리고 시작된 행사는....

역시나 예상대로 베트남식이었다.


불이 꺼지고 행진곡풍의 음악이 울리면서 남녀 사회자가 나와 예의 공산당풍의 높고 격양된 어조로 행사의 시작을 알리면서 무용단의 전통무용 공연이 시작되고, 

무용단 공연이 끝나자, 사장의 경과보고가 있었고, 이 후 ㅁ사 직원들이 그 동안 연습한 합창을 했고, 뒤이어 정부기관의 축사들이 이어지고, 

다시 무용 (이번엔 현대무용)이 있었으며,

무용이 끝나자 산업용사 복장의 직원들이 깃발을 들고 올라와 대기를 한 상태에서 오늘 행사의 꽃 1급 노동훈장 수여식이 있었고, 

당대표, 클라이언트 대표의 축하연설 및 흥분한 사장의 답변 연설이 계속되었다.


시작전에는 1시간 정도의 행사라고 설명을 했으나 이 순간에 벌써 행사는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하아- 밥도 안주고 말이지 -_-;;;;;


결국 격양된 어조의 남녀 사회자가 축하의 말과 함께 폭죽이 터지면서 행사가 끝났다.


그리고 제공된 식사는...

솔직히 출장 다니면서 이번에 행사를 개최한 호텔에 한 번 묵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저녁 식사를 통해 그 마음이 싹- 하고 사라지게 하는 그런 식사였다.

이게 뭐랄까 양식을 처음 해본 베트남 시골 2성급 호텔 요리사가 해도 이것 보다는 나을 정도의 싱겁고, 달고,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음식이었다.

배가 그리 고팠는데도 간장에 비벼서 겨우겨우 저녁을 때우고 우리 호텔로 돌아왔다.


소장님을 방에 모셔드리고, 바로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네네, 소장님과 마주치면 웁스- 하져), 옷을 삭삭 갈아입고 내가 좋아라 하는 붕타우의 바를 전전했져.


"와아앙- 그 동안 뭐했어여!!"

"아아- 하노이만 다녔다고"

"우리 바를 버렸는줄 알았어여"

"아니야.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야"

"미스터 킴. 그 동안 경과보고를 해보라구여"

"아아. 그게 말이지..."


등등의 대화를 나누면서 뭐랄까 붕타우 스타일의 저렴하고 친근한 바에서 맥주를 즐겼습니다.

간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토요일에 이 새벽이 일어난다는게 흑흑-)

어제 밤 푹 잠을 주무신 소장님을 모시고, 뻗어 자다가 아침도 못먹고 겨우 일어나서 호치민으로 돌아왔습니다.


네, 예정에 없었던 붕타우행이었습니다.

아이고 넘 피곤했습니다.

그나저나 ㅁ사 녀석들은 스스로 '아, 인터내셔널한 행사였다' 라고 자평을 할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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