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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다낭으로 떠난 팀 빌딩 - 자 떠나자

사건의 발단



어느날 비서인 린이 찾아왔다.


"엉엉 우리 팀은 왜 team building 안가나요?"

"무슨 소리야?"

"다른 팀들은 지난 해에도 다녀왔는데 우리팀은 아무데도 안갔고, 올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어여"


생각을 해보면 내 전임자는 나이도 있으시고, 이미 베트남에 5년 정도 근무하시다 보니 이런 저런 흥미도 없어졌으며, 

무엇보다 다른 팀과는 달리 심지어 비서까지 각자 개성이 풍부하다 못해 자신만의 인생들을 즐기는 

개인주의적인 인간들을 끌고 어딘가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임한지 얼마되지도 안았으며, 워낙 놀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며, 나 자신도 나름 내 나름대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타입이기 때문에 

애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 


"자자 우리 팀 올 해 팀 빌딩을 간단다"

"게다가 다른 팀들이 언제 가든지 눈치보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이번 행사의 모든 계획과 책임은 비서인 리엔 아줌마가 맡고, 음.... 반항은 없다"


이렇게 해서 평소에는 그리 회사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안던 리엔은 간만에 적성에 맞는(?) 일이 주어지자 

미친듯한 정성을 쏟아부어 이번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누가 리엔이 일 열심히 하지 안는다고 그래?) 

평소 내 성질을 아는 나머지 녀석들은 


'어짜피 토를 달아야 좋은 결과는 없지' 


하는 생각으로 (아마도 추정입니다) 묵묵히 자신들의 운명을 기다렸다. 


해외지사라는 곳이 늘 그렇듯 여러가지 일들이 터져댄다. 

눈치보는 팀장이었다면 "아아 현재 우리 사정이...." 하면서 일정을 미루었겠지만 


(1) 애당초 지사에서 좋은 시절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2) 이미 리엔이 내게 와서 "흑흑 이렇게 적은 예산으론 택도 없다구요. 그래서 초저렴 환불없는 표를 구했어여" 했기에 



부장단 회의에서 (참고로 난 막내) 소장님이


"자 각자 팀들 이번 주 계획 발표하지" 하시길래 냉큼 

"저희 팀은 놀러갑니다" 


라고 무식한척 발표했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얘기를 막내가 꺼내자 다른 부장들도 각자 팀의 계획들을 꺼냈고 

뭐랄까 막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팀의 team building 은 확정되었다. 






비가 오는 탄손녓 공항



대만 다녀오고 다음 날 붕타우 출장을 갔다오자 내일이 출발일이다. 


"자, 여기 비행기표에요. 늦지 마세여"

"우리 어디로 간다고 그랬지?"

"에휴 다낭이라니까요. 그니까 늦지 마세요"


혹시나 늦을까봐 집에서 와인 한 병만(?) 마시고 잠을 청했다. 

자기 전에 생각을 해 보니 다낭이라는 곳에 나름 다녔었다. 깨끗한 거리. 맑은 한강. 시장 등등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짐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베트남 저가 항공사인 VietJet Air 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장난이 아니다. 








주변에는 아마도 같은 비행기로 다낭에 신혼여행을 가는 몇몇 커플들도 보이고... 하는데 전화다. 


"엉엉. 미스터킴 어디에여. 내가 그리 늦지 말라고했자나여"

"뭔 소리야. 난 이미 게이트 앞이라고"


전화를 끊고 조금 있자 우리팀 인간들이 들어온다. 


어헉- 딸랑 2박3일 가는데 짐들이 장난이 아니다. 

나는 귀찮아서 노트북용 색에 대충 꾸려서 왔는데 이들은 특히 리엔은 유럽 한 달 여행이라도 할 것 같은 가방을 들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인간들의 패션은 이미 와이키키 해변이었고. 


"아니 이게 기내 반입이 되니?"

"그럼여 큰 짐은 이미 붙였다구요"


국내 2박3일 여행인데 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다 개성이겠지. 



엄청난 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을 한다. 

저가 항공사 답게 기내 서비스는 없지만 뭐 한 시간 비행이다.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다낭 국제공항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천과 다낭 사이에 직항이 생겨서 그리고 다낭에 골프장이 생겨서 요사이 많은 한국 관광객이 온단다. 


공항에는 이번 여행의 가이드인 하우 군과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이 불쌍한 가이드는 결국 우리의 개성 강한 인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게되지만 아직은 즐거운 상태였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첫 일정은..."

"됐고요. (내가) 배고프니까 우선 아침을 먹으러 가져"


라고 리엔이 외쳤고 그래서 중부 대표 도시 다낭의 명물인 미 꽝(Mi Quang)을 먹는 것으로 2박3일의 대망의 우리팀 팀빌딩이 시작됐다. 



네네 그 미꽝 되겠습니다.



다낭의 첫번째 관광지(?) 국수집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