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 이런 상황은 처음은 아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준비라든지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조차 없는 그런 상태에서 모든 일들이 기다렸다는듯이 시작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조용한 추석을 보내고, 또 다시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그런 회사생활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제 슬슬 가을을 맞이해서 침구류도 바꾸고 간만에 영국음식이나 해볼까 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산에 가야할 일이 생겼다.
나름 급한 상황이어서 하루 월차를 내야했다.
뭐 그래봤자 부산은 ktx로 20분 걸리는 곳이고 하루 정도면 해결할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주말에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뭐 서울은 고향이기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을 깡그리 날려먹는 그런 상황이지만 이 나이 정도라면 해야할 일은 해야하기 때문에 (음-) ktx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주중에 하루 부산, 주말을 서울에 바치는 그런 상황에 봉착했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해서 회의를 하는데,
"아아, 그럼 베트남에서 열리는 워크샵 이야기인데여"
"그래요. 실무진들이 가서 경험도 쌓고 말이지"
요사이 맡고 있는 베트남 프로젝트 일로 출장건이 잡혔다.
대충 눈치를 보니 실무진 녀석들은 베트남에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것도 있고, 뭐랄까 스케쥴을 살펴보니 3일 내내 악다구니 하면서 전투적인 상황이 계속될 것이 분명했다.
아직도 베트남 물이 덜 빠진 관계로 자애로운 미소를 띄우면서 (요사이 매니져의 일이란 -_-;;;) 실무진들 중에 한 명이 베트남에 다녀오라고 했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요사이 맡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인 미국 어떤 광구 보고서를 열라 쓰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아아아 부장님"
"왜?"
"클났어염"
"응?"
"이번에 2명이 가야하는데 도무지 1명이 구해지지 않아여"
들어보니 한 녀석은 개인 사정이 있고, 한 녀석은 너무 바쁘고, 한 녀석은 얼마 전에 수술을 해서 비행기는 무리라고 한다.
결국 님하에게 가서
"아아, 사정이 이러이러 하니 어떻게 하져?"
"으음... 김부장이 가면 어때?"
"아니져. 저 보고서도 써야하구여, 우리 팀 중요 발표하는 것 관리/감독도 해야하구여 (아아- 너무 빡센 일정이고, 한 동안 잊고 지내던 도그 파이팅을 해야한다구여) 등등"
"아아, 보고서는 빨랑 쓰고 암튼 니가 다녀왓!!!"
"다른 사람 없을까여"
"베트남 좋아하자나"
"아아 이런 식으론 아니져"
라고 했지만 내가 아무리 머릴 굴려봐도 도무지 갈 인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이 출장까지 일정에 추가되었다.
밀려드는 일정에 정신을 추스리고 있는데 이메일이 하나 떡- 온다.
'그니까여 지난 번에 얘기했던 것 상의를 위해 잠시 뵈었으면 하는데여.....'
뭐 결국 이렇게 서울 일정이 하나 추가된다.
아아- 울 회사 지방으로 보낸 인간들 얼굴을 보고 싶다. -_-*
그러니까 결국 상황을 보자면 개인적인 일로 부산엘 다녀오고, 하루 회사 갔다가 서울 다녀오고, 바로 다음 날 베트남 갔다가, 다시 서울로 가는 그런 여행/출장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까지 부산을 다녀와서 금요일에 미친듯이 보고서를 써댔고, 어제 서울에 와서 휘리릭 오늘 아침까지 일을 처리하고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울산행 ktx에 앉아있다.
게다가 이런 스케쥴 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태풍이 하나 올라온다.
아아- 집 나올 때 문들을 다 제대로 하고 왔는지 궁금해지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집에 가서 다시 짐을 꾸려서 내일 새벽에 베트남 출장을 가야한다는 현실이 밎겨지지 않는다.
과연 이 태풍을 뚫고 비행기가 뜰 수 있을 것인가.
뭐 이런 마음도 들고.
정신없는 일정에 중간이다.
에궁-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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