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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올해도 찾아온 붕타우 대회

몇 주 전이었습니다.

회사 끝나고 어찌어찌 공식적으로 저녁을 먹고 (네네. 재미따윈 없었죠) 집에 그냥 들어가기 좀 그래서 (네네. 핑계란 늘 필요한 것이죠) 간만에 하인즈네 바에 놀러갔습니다.


"앗앗 미스터킴. 오랜만이에염"

"어. 맥주 줘"

"아아아- 나쁘단 말이져. 소문에 다른 바에 올인한다던데"

"그럴리가...."

"무슨- 다 소문을 들었다고요!!"

"아아 그냥 맥주 좀 주면 안될까나?"


아무래도 바에서 일하는 스텝들끼리는 무슨 네트웍이라도 있는 것인지 도무지 비밀이란 없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구석을 바라보니 아는 인간들이 모여 있습니다.


"야야- 뭐해?"

"오오오- 왔어? 이거바바바 이번 대회 대충의 컨셉이지"

"그래?"


그러니까 일년에 한 번씩 붕타우에 모여서 자선행사를 빙자해 2박3일 동안 술마시고 골프토 치는 그런 행사가 다가온 것이었죠.


"아무래도 저유가의 영향이..."

"그렇지? 아무래도"

"그런 이유에서 이번에는 지난 해까지 공짜로 풀던 것들을 모두 유료로 돌릴 예정이야. 자금이 없다구"

"역시나..."


등등의 대사가 이어지는 중에 문득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비가 오면 어떻게 되는거야?"

"뭐? 비?.... .... 아아아아아- 그 쪽으로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어!!!"

"야야- 비 따위 우리를 막지 못해"

"어짜피 골프는 정신력이야"

"그럼 바베큐하고 디제이는 어떻한다지?"

"아아아아아- 시끄러. 어짜피 이때까지 비 온 적 한 번도 없어!!! 걍 밀어부쳐!!"


등등의 대화가 이루어졌고, 늘 그래왔던 우리 조직은 다시 한 번 아무 생각이라고는 없는 대회를 늘상 하던 식으로 개최를 합니다.


하루 휴가를 내려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아아- 우리나라 회사란) 전화가 옵니다.


"야야, 출발했어?"

"아니. 지금 눈치보고 있다구"

"아아 빨랑와. 일단 등록을 하고 거기서 보자구"


하루 휴가를 겨우 받고 (흑흑-) 차를 몰고 붕타우로 향했습니다.

일단 대회본부에 들려서 등록을 하고 선수표를 받고 돌아섰더니 역시나 인간들이 모여있네요.

올 해는 저유가로 인해서 아무래도 분위기가 처져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었지만 간만에 회사를 떠나 자유를 만난 인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새벽 골프를 잊은채 놀아댔습니다.



등록장소. 뭔가 이질적인 저동상은 뭔지...




그리고 첫 날....

정신력으로 새벽에 일어나 골프장으로 갔습니다.

쌀국수로 속을 달래는데 어제 같이 했던 원흉들이 벌벌 좀비처럼 걸어다닙니다.

그 중 주최측 좀비가 내게 오네요


"아아- 너는 왔구나. 이 강아지들 이제 시작 15분전인데 오지 않은 것들이 많아!!!"


등등의 인사를 나누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속도 별로인데 열라 멀군여.




대충 몇 홀을 캐디 언니의 구박을 받아가면서 (네네. 붕타우 언니들은 거칠져) 허우적거렸더니 정신이 조금 돌아옵니다.

목이 말라오는데 엄청난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러시아 친구들이 올 해도 어김없이 미친듯이 크게 음악을 틀어대고 있습니다.


"아- 미스터 킴. 어서 오라우"

"안녕"

"이 망할 넘의 저유가 때문에 우리 러시아 여성동지들을 부르지 못했어"


어쩐지 작년에 음식을 나눠 주시던 덩치 좋으신 러시아 아줌마들이 안보입니다.


"뭐 그래도 비용을 아껴서 미녀 도우미들과 미녀 디제이로 대체했지. 암-"

"뭐랄까 난 이쪽이 더 좋은듯. 그나저나 맥주 하나 줘바바"

"그렇지. 작년에 하이네켄을 줬더니 너무 아닌 것 같아서 내 이번에 러시아에서 발티카를 직수입했지!!!"


하면서 러시아말이 가득 적힌 맥주를 줍니다. 

비용절감한다더니 러시아 넘들 이쪽으로는 절대 아끼지 않는 것 같다죠.



러시아 부스의 귀여운 디제이. 뒤쪽에 음식을 먹어줬죠.




이런식(??)으로 경기를 끝내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습니다.


"뭐라고? 골프 대신 술을 선택한 4명이 한 팀인데 왜 이리 점수가 좋은거야? 뻥치지마!!!"

"아아- 뒤쪽을 보라고"

"뭐야 이게? 세상에 멀리간 티켓을 몇 개나 산거야?"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자선행사인 이 대회는 수만가지 방법으로 돈을 뜯어가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자신을 실타를 만회할 수 있는 그러니까 같은 자리에서 한 번 더 칠 수 있는 쿠폰인 멀리건 티켓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이 티켓이 싸지 않지만 어짜피 우리 팀 실력도 없고 음주로 인해 그나마도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어제 저녁에 등록하면서 도원결의를 했다죠.


"다 필요없어. 연습따윈 없어. 우린 돈으로 달려"

"그래그래. 야야야 비상금 다 꺼내!!"


이 결과 우리들의 평소 실력들을 아는 주최측이 놀라는 점수를 (돈으로) 이루어냈고, 우리팀 스코어 카드 뒤쪽에는 주렁주렁 멀리건 티켓들이 달려있었습니다.


이렇게 첫 날 (돈으로 발라서) 6등을 기록하고는 이 기쁨을 수 많은 바들을 돌면서 음주로 승화시키고 첫 날 게임을 마칩니다.



다음 날은 오후 경기라서 오전 내내 뻗어있다가 (역시나 체력이 흑흑-) 경기장으로 가서 이틀째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시작전에 걱정했던 날씨는 역시나 하늘도 우리 멍청한 조직을 이해하셨는지 경기 내내 쨍쨍한 날씨를 허락하여 주셨더군요.



아아- 날도 더운데 왜 이리 멀지




중간에 술친구인 업자네 부스에서 맥주를 얻어 마시고 있는데 실실 웃으면서 ㅁ녀석이 다가옵니다.


"자자 이리와서 미녀들 옆에 서라구"


내가 서저 이뿐 언뉘들이 둘러싸서 팔장을 낍니다.

그리고는 사진을 몇 장 찍었죠.


"이게 고객 서비스야?"

"훗훗훗- 아니지. 이건 일종에 고객 서비스를 가장한 프로젝트인 것이지"

"프로젝트?"

"만에 하나 우리 회사가 입찰에 지기라고 한다면 오늘 찍은 사진 중 잘 나온 녀석들을 추려서 그 인간 어머니, 여자친구, 마누라 한테 보낸다고 협박을 하는 것이지"

"아이고. 인간아"


물론 욕을 해줬지만 그리고 티셔츠도 하나 얻었지만 실제로 녀석은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그리고 다음 홀에 갔더니





네네, 홀인원을 하면 1만불을 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무도 그 돈을 가져가지 못했답니다.

어쩐지 공 치기 전에 독한 술을 자꾸 주더군요.


어제는 러시아쪽 부스가 가장 시끄러웠다면 오늘 코스에서 단연 시끄러운 곳은 미국 ㅎ사 부스였습니다.

이번에는 ㅎ사와 평소에 다니는 하인즈네 바가 죠인트로 엄청나게 큰 부스를 만들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고기를 구워대고 있었습니다.


"와아아앙- 미스터킴 어젠 왜 안왔어여"

"아아, 어젠 코스가 달랐다구"

"자 여기 스페셜 보드카 레몬 슬러쉬에염"



네네. 뭐랄까 ㅎ사 디제이 언뉘는 섹시 쪽이었죠



"오오 미스터킴 이쪽으로 와서 한 잔 해"

"어어"


사람들이 잔뜩 밀려있어서 (물론 술도 음식도 있었지만 섹시한 디제이 효과가...) ㅎ사가 마련한 소파에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자원 봉사자 언니들이 다가 옵니다.


"와아아- 미스터 킴. 안녕하세요. 근데 봄이는 왜 안왔어염?"

"봄이는 눈병이 완전히 치료가 안되서 (눈물을 머금고) 못왔어"

"글쿤여. 그리고 이거 불쌍한 여자아이를 돕는 자선 모금인데여. 일정 비용을 내시면 뽑기로 상품도 드리져"


불쌍한 여자아이를 위하고 또 주변의 분위기에 밀려서 (어헉- 큰 금액을) 기부를 하고 뽑기로 멀티탭을 뽑았다져.

골프대회인데 왜 멀티탭을 경품으로 주는지 도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뭐 좋은 일이라니까.... -_-;;;





해가 뉘엇뉘엇 지고, 이렇게 올 해도 자선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주말을 이런 식(?)으로 보내고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긴 휴가를 다녀온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놀고 돌아왔더니 간만에 에너지가 넘치네요.

이번주도 힘차게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