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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소박했던 연말행사 보고서

by mmgoon 2017. 12. 17.



이전 포스팅에서 '어찌어찌해서 계획에 없었던 울 아파트 연말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라고 했었죠.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돌아와 아파트에 들어서는데 이미 1층은 행사준비로 난리였습니다.

뭔가 이리저리 음식용 테이블이랄지, 간이 의자랄지, 조명이랄지가 이미 설치중이었고 직원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더군요.


"아아, 미스터킴 꼭 오셔야 해여"

"엉. 간다고 했자나"

"자자, 복장은 아오자이나 붉은색/황금색이어야 한다구여"

"알았음"


6시까지 와야 한다고 했으나, 베트남에 산지 꽤 되었으므로 적당히 붉은 티셔츠를 입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역시나 내가 3번째 손님입니다. 아아- 이 베트남 시간이란 -_-;;;


"여기에여 미스터킴. 이쪽으로 오라구여"


라고 짱이 말해서 그 쪽으로 갔더니 어설픈 베트남 스타일 장식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을 합니다.


"이따가 행사 끝나고 사진 찾아가세여"

"엉"


그리고 식장쪽으로 갔더니


"자자, 미스터킴의 지정좌석은 이 곳이랍니다"

"이거 뭐야. 이 좌석 멤버들이 이상하다고"

"아아, 다른 자리들은 가족석들이고여, 이 곳은 그러니까 평소에 시끄럽고 술 잘먹는 인간들만을 별도로 구분한 미스터킴과 마쯔다상과 미스터레온과 저를 비롯한 몇몇 스탭들의 자리져"

"알았어. 맥주나 갔다주어"

"넹"


역시나 행사는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으니 7시가 넘어서 시작을 했습니다. 

행사의 참석자들은 주로 일본 가족들이 었고 (덕분에 애새끼들은 미친듯이 뛰어다녔고),

행사 진행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외국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 베트남 스타일로 진행이 되더군요.


그러니까 남녀 사회자의 개회선언, 아파트 소유주의 환영인사, 베트남 전통춤, 전통음악, 현대음악, 전통악기 연주를 베트남 음식을 먹으면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모든 공연을 한 팀이 해내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울 아파트의 절약정신은...


다른 테이블은 조용히 맥주를 마시면서 베트남 음식을 즐기는 그런 분위기였지만,

울 테이블은 어짜피 금요일 저녁에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를 퍼마시면서 (첫번째 음식이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맥주캔들이 수북했다는),

연신 "못 하이 바 요~ (하나 둘 셋 야~, 베트남식 원샷구호)"를 왜쳐대고 있었습니다. (어짜피 이 멤버에서 뭘 바라겠어 -_-;;;)


간만에 성공적인 행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막상 지난 일년간 거주자들에게 뭔가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회사돈으로 무료 음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짱을 비롯한 스탭들도 역시나 즐겁게 맥주와 음식들을 먹어댔고,

결국 베트남쪽 사장인 남 아저씨도 동참하고 싱가폴쪽 사장도 (울 아파트는 베트남-싱가폴 합작투자) 엉겁결에 조인하는 분위기였죠.

덕분에 베트남 전통공연은 별 기억이.... -_-;;;


8시30분 정도 이렇게 조촐한 음식과 조촐한 준비의 행사가 끝나고 아까 찍은 사진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역시나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공짜로 저녁도 얻어먹고 맥주도 마셨으니 나름 괜찮았네요.

작년엔 행사라 끝나고 사람들이 열라게 뭐라고 했었다던데 도데체 작년 행사는 어떻게 진행했었을까도 궁금합니다.


다음 주와 다다음주면 얼추 2017년도 끝이 나는가요.

요사이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뭘 해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