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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 글자 진화계획?

by mmgoon 2017. 12. 13.



예전에 베트남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글자가 없이 중국에서 받아들인 한자를 사용했습니다.

한자 특성상 베트남 말과 잘 맞지 않고, 배우기 어렵고 등등해서 학자와 관료용 글자였죠.


이 후 우리의 이두문자에 해당되는 쯔놈(Chữ Nôm)이라는 방식을 도입합니다.

그러니까 이두처럼 한자의 음가를 빌려오는 형식입니다.

문제는... 이 녀석도 배우기 너무 어려웠다는 점이죠. 결국 일부 학자들과 문인들만 사용합니다. 한자도 같이 사용되었고요.


이후 18세기에 들어와서 라틴문자를 사용하는 현재 베트남어 시스템인 쭈꾹우(chữ Quốc ngữ)가 개발되어 현재까지 사용중입니다.

그러니까 라틴문자의 음가를 이용해서 베트남어를 적는 이 시스템은 성조가 있는 베트남어 특성을 위해 알파벳 위쪽에 성조를 추가하고, 

베트남어 발음을 위해서 2개의 문자를 조합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Tr는 쯔, Th는 트, T는 뜨, Ph는 f발음인 프, Ng는 우리의 o발음 등등으로 말이죠.

일부 문자를 약간 수정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D는 ㅇ, ㅈ 발음이, Đ는 ㄷ 발음이 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면에서 보면 한글은 처음부터 우리말을 고려해서 디자인 된 것이니 우리나라 세종대왕님은 정말로 위대하시다는 겁니다. 


암튼 알파벳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동남아시아 문자들에 비해서 외국인들이 배우기 쉬운 장점도 있고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글자를 떠올려주세요),

이전 사용했었던 문자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배우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이 이제는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전부터 인터넷상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일이 있어서 별로 대단히 중요하지는 않지만 -_-;;; 한 번 소개합니다.

혹시나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러니까 베트남 언어학자이신 부이 히엔(Bui Hien)이라는 분이 Chu quoc ngu va hoi nhap quoc te (현대 베트남 문자와 국제화)라는 논문을 쓰셨는데,

이 논문에서 히엔씨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베트남 문자가 기본적으로 남쪽언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네네, 사이공에 있었던 선교사가 만들었죠), 베트남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현재 베트남 표준어를 표시하는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2개의 알파벳을 조합해서 사용하는등 비효율적인 문자활용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뭐랄까 표준 베트남어인 하노이 사투리를 중심으로 하는 문자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출처)


이 분이시져



일단 현재 알파벳중에 사용하지 않는 F, J, W, Z 등의 문자를 추가로 사용하고,

ㄷ 발음을 나타내는 Đ 문자는 없애버리는 식으로한 다음,

2개 문자의 조합으로 나타내는 음가를 1개 문자로만 다음과 같이 바꾸자는 것입니다.


C 가 현재의 츠(Ch)와 쯔(Tr) 발음용으로

D 가 현재의 드(Đ) 발음으로 사용하고 Đ는 삭제

G 가 현재의 즈(G) 그(Gh) 발음용응로

F 가 새로 도입되면서 현재의 Ph를 대체

K 가 현재의 ㅉ/ㄲ(C), ㅋ/ㄲ(Q), ㄲ/ㅋ(K)를 대체

Q 가 현재의 응(Ng), 응우(Ngh) 대체

R 가 현재의 R을 대체 (??)

S 가 현재의 S를 대체 (??)

X 가 현재의 ㅋ(Kh)을 대체

W 가 새로 도입되어 현재의 ㅌ(Th)를 대체

Z 가 새로 도입되어 현재의 ㄷ/ㅇ(D), ㅈ/ㅇ(Gi), ㄹ/ㅈ(R)을 대체

Nh를 N’로 표시


히엔씨에 의하면 이렇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8% 문자를 덜 사용하게되서 인쇄시 종이와 잉크가 많이 절약될 것이라고 합니다.

(잉크라... 출판비라.... 으음....)



언듯 보면 그럴사해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드는 느낌은 새로 차용되는 글자 및 제안된 음가들이 하노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면 도입하자고 하는 Z 의 경우 하노이 사람들은 D, G, R을 ㄷ, ㅈ, ㅈ 처럼 발음을 하지만 남쪽에서는 각각 ㅇ, ㅇ, ㄹ 로 발음하기 때문에 Z라고 쓰면 잘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단어들이 스펠링이 같아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히엔씨의 주장이 회자되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사이 모바일 환경에서 베트남어를 입력하는데 성조나 베트남어 고유 글자를 입력하기 귀찮아서 그냥 순전한 알파벳만 입력하는 현상에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너 아침 먹었어? 라고 베트남어로 타이핑을 하려면 Em Đã Ăn Sáng Chưa? 라고 해야하는데 걍 Em Da An Sang Chua? 하는 식으로 입력을 한다는 얘기죠.


뜻만 통하면 된다라는 젊은 세대와 '어허 우리 말의 아름다움이란' 하는 기존 세대간의 갈등이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이런 이유로 베트남어 문자가 간단해진다면 이런 파격이 줄어들 것 같다고도 생각하는듯 합니다. 그럴리가요 -_-;;;


여기에다가 베트남을 통일한 북쪽 중심의 언어습관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고요.

참고로 이곳 호치민에서 북쪽식으로 베트남어를 하면 사람들이 잘 못알아듯죠. 게다가 중부지방은 더더욱 사투리가 심하고요.


실제로 이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한 번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뀐다고 가정해보자면....


-  인구의 40%인 응웬씨의 성이 Nguyen에서 Quyen이 되는 놀라운 변화가 생깁니다. 주민증 바꿔야 겠네요. 그리고 기존 Quyen씨들은 어찌되는 것일까요

-  X가 그러니까 현재 사용되는 ㅆ 발음과 ㅋ 발음을 같이 할테니까 울 막내 쑤안양(봄양이라고 포스팅에 나오는 그녀)을 쿠안이라고 부르면서 놀릴 수 있겠군요.

-  저는 다시 베트남어 단어들을 외워야 하나요 흑흑-


음음 뭐 이 정도인가요.

문자를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히엔 선생님의 소박한 꿈을 응원합니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