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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컴맹들이 사는 세상은 요정이 있다

by mmgoon 2021. 3. 25.

 

 

 

아침부터 새로운 소프트웨어 구입을 위해 윗분들에게 이래 저래 설명을 해야했다.

"아니 김부장아 인간적으로 무슨 소프트웨어가 2억이 넘어!!!"
"그게요.... 원래 이쪽 소프트웨어 만드는 녀석들이 다 도둑넘들이에여"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거 없으면 정말 못해?"
"그렇다고 전자계산기로 할 수는 없으니까여"

결국 내가 급하다고 하니 허락을 해주겠지만 (작년부터 말씀드렸자나여 -_-;;;) 조금 더 깎아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 달에 사준다고 미리 땡겨서 쓰고 있는데 더 깍아보라면 업자 녀석들이 죽이려고 할텐데 -_-a

이렇게 간만에 IT 문제로 머리를 쓰고 자리에 와서 앉으니 옆에서 막내가 낑깅거리고 있다. 

"뭔데?"
"아아 팀장님 워크스테이션이 안켜저여"
"봐봐"
"아아 흑흑. 오늘까지 소프트웨어 깔아둬야 하는 데 말이져"
"이거 왜 하드를 인식 못하는거야. 바이오스 세팅 봐봐"
"바이오스여?"

결국 녀석을 밀어내고 왠일이지 날아간 바이오스 다시 잡아주고 부팅을 했더니 잘 된다.
그러고 있는데 다른 녀석이 말을 걸어온다.

"오오 팀장님 (니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아시네여"
"잘 알기는 뭐. 그나저나 너 왜 아직까지 윈도우 7을 쓰고 있는거야?"
"왜여?"
"야야, 회사 워크스테이션에서.... 하아- 암튼 윈도우 10으로 올려놔"
"왜여. 저는 할줄 몰라여"
"이게 너 공대 나왔자너"
"몰라여. 저는 그냥 이 컴퓨터 안에 요정이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다룬다구여"
"문제는 그 요정이 늙었으니 새 요정으로 바꾸라는 거야"
"저는 요정을 바꾸는 일은 모릅니다여"

결국 내가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물론 윈도우 요정 따윈 없으니 조금 있으면 다 업그레이드가 끝날 것이다.

아까 두 컴맹 녀석들은 점심을 먹으러 지들끼리만 나갔고, 간단히 국밥을 먹고 왔더니 사무실은 조용하다.
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드는 생각인데, 뭐랄까 이 세상은 컴맹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다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나저나 이따가 저녁에 회식이 있는 건가.

집에 일찍 가고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