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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우울한 동네 꽃집 이야기

by mmgoon 2020. 4. 8.




얼마 전에 프리지아 한 다발과 천리향 한 다발을 사서 집에 꽂아 두었다.

이렇게 쓰면


'아 길을 걷는데 근처 꽃집에서 프리지아 향기를 맡고....'


뭐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아니며, 실제로 꽃은 지하철 옆 노점에서 구입을 했다.


그럼 근처 꽃집에 문제가 있냐고?

그렇다.

뭐랄까 그 집은 문제가 있다.


내가 모르지만 그 집은 무슨무슨 장인의 집일 수 있고, 우리나라 화훼산업에 브레인 같은 곳일 수 있겠지만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 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일단 어둡다.

덕분에 아주 우울해 보인다.

모름지기 꽃집이라고 하면 바깥에 이쁜 꽃들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꽃다발을 기다리는 꽃들과 그 향기가 있으며,

약간 높은 톤의 주인장이 있기 마련인데

이 집은 그저 어둡고 우울하다.

게다가 주인 아주머니도 무표정한 얼굴에 질문이 2-3개 정도가 쌓여야 한 번 정도 대답해준다.

결국 한 번 정도 밖에서 구경하고, 한 번은 들어가서 구경했음에도 게다가 그게 맑은 봄 날이었음에도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은 원래 꽃가게 주인이 아니었는데 뭔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 가계를 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니까 그 분은 북쪽에서 남쪽을 살피러 내려보낸 공작원이었던가 (꽃집을 하느니 남조선 괴뢰들의 목을 따겠소 뭐 이런 것)

꽃집하던 여동생이 무책임하게 종교에 빠져 도망가고 꽃들을 죽일 수 없어서 앉아 있는 것이라든가

같이 꽃장사를 하던 남자가 떠나가 버리고 그 남자가 언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우리 동네 꽃집은 우울한 문제가 있다. 봄인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 동네가 별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름 마음에 드는 곳이다. 

불친절의 극치이고 도무지 빵이 없는 빵집과 우울의 극치인 꽃집만 빼고는 말이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