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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비오는 날의 방문객

by mmgoon 2019. 7. 2.

창밖을 보니 장마전선이 없어진 것 같이 맑은 하늘이 가득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장마전선은 일본에서 놀고 있네요.





지금이야 이렇지만 지난 주 토요일에 이 곳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장대비가 죽죽 내려댔더랬습니다.

덕분에 어딘가 놀러갈까 하던 계획도 장에 가서 과일이라도 살까하던 계획도 모두 사라져 버렸고,

중국집에서 간단하게 시켜먹으려다가 내리는 비를 뚫고 아저씨에게 오라고 하기가 미안해져서,

냉장고에 있던 야채들을 소집해서 볶음국수를 해먹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립니다.


'응? 이 비에 누구지?'


하면서 현관으로 나가봤더니 왠 아줌마가 한 분 서계십니다.


"어떤 일이세염?"

"아아, 그게 말이져. 저는 국가를 대신해서 아주 중요한 통계자료 수집을 하는 사람인데요"

"그러시군요"

"(다짜고짜) 아저씨는 나이가?"

"넹? 그러니까 청춘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ㅇㅇ살이져"

"아아- 잘 되었어요"


하시면서 아줌마는 


(1) 오늘 지정된 수 만큼 설문조사를 해야하는데, 

(2) 당신 나이대의 남자 한 명이 꼭 필요하다

(3) 시간은 좀 걸리지만 다 나라를 위한 것이다

(4) 빗속에서 넘 고생했다


라고 하셔서 안으로 오시라고 하고, 물도 따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가방에서 태블릿을 하나 꺼내시더니 아마도 조사용 사이트에 연결하시고는 이것저것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설문은 관광에 대한 것인데 어딜 다녀왔는지, 어떻게 그 곳까지 갔는지, 얼마나 썼는지 등등을 아주 오랬동안 물어보셨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달에 놀러가신 곳은 서울 뿐이라는 거죠?"

"넹. 그 전 달에 남도여행을...."

"전전달은 상관없고요. 혹시 외국여행은 안가셨나여?"

"흑흑 돈이 없어염"

"서울에선 어디 가셨어여?"

"가로수길하고 익선동 정도"

"가로수길 입장료는 얼마나 내셨나요?"

"아아 거긴 애플샵이 있는 곳으로 입장료는...."


뭐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줌마는 처억하시면서 5000원짜리 상품권을 하나 주시고는

다시 빗속으로 떠나셨습니다.


토요일이 지나고 나서 그 조사원 아줌마가 그 날에 유일한 외부와의 연락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냈습니다.

으음...

비 덕분에 주말이 그냥 조용히 흘러갔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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