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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이야기

갤럭시 기어 S2를 샀습니다만

by mmgoon 2016. 4. 15.





그러니까 그게 지난 주일날이었습니다.

교회 갔다와서 이것저것 구입할 것들이 있어서 가게들을 다니다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나 한 잔 할까 하고 간만에 그늘이라고는 하나도 없은 응웬후에(Nguyen Hue) 거리로 나갔습니다.

강렬한 햇빛에 대책없이 당하면서 거리를 걷고 있는데 새로 문을 연 삼성모바일 센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국,


"아, 어서오세염. 뭘 도와드릴까여?"

"아아, 그냥 구경만"

"넹"


얼마전에 삼성 S7이 그리 잘나왔다는 안드로이드 빠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 녀석은 "넌 한국인이면서 애플을쓰다니" 란 말도 했답니다) 

한 번 구경을 하고 싶어졌었습니다.


뭐, 화면도 좋고, 시원하고, 빨리 움직이는 것도 같고....

그렇지만 지금까지 인생의 모든 연락처와 스케쥴과 사진들과 등등을 맥-아이폰-아이패드 계열로 정리해왔기 때문에 

굳이 엄청난 이유가 없는 한 안드로이드 계열로 전환을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구입에 대한 마음까지는 들지 않더군요.


그리고 돌아서 나오는데 삼성에서 만든 스마트 와치인 갤럭시 기어 S2가 보입니다.


뭐랄까 둥글고 단순하게 생겨서 꼭 예전에 두바이 공항에서 급하게 구입한 TIMAX 시계같은 느낌입니다.

좋게 말하면 디자인이 단순해서 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아아, 그렇져. 이건말이져 스마트 워치에염"

"네. 그렇군요"

"이걸로 이것도 할 수 있고여 저것도 할 수 있고여"

"아아-"

"혹시 스마트 폰 기종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호환되는지 알려드릴께여"

"아이폰 5S"

"아-"

"네"

"으음"

"역시나"


기쁜 얼굴로 다가왔던 언니가 뭐랄까 실망스러운 얼굴로 떠나가고 몇번을 만지작 거리다가 구매를 결심했습니다.


뭐라고?

하시면서 구입사유를 물으신다면


1.  어짜피 시계가 하나 필요했습니다. 두바이에서 산 싸구려 독일제 시계의 수명이 다해서 시계 하나 정도 사야겠다라는 마음이 있었죠.

2.  물론 아이워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녀석은 너무 스마트 워치같이 생겨서 

    이걸 차고 회사에 출근했다가는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았죠. 

3.  게다가 녀석은 가는 내 손목에 올리면 꼭 두부같이 보입니다.

4.  손목 시계는 뭐랄까 둥글어야 한다는 선입관이 도무지 깨지지 않습니다.

5.  그리고 삼성이 언젠가 "아아, 아이폰과도 연결해드립니다" 라고 했었던 것을 기억했습니다. 뭐 아님 말고요.-_-;;;



결국 아까 실망해서 나를 떠난 언니에게 가서

"자자, 이걸 하나 줘요"
"넹?"
"이거 하나 달라고요. 검은 색으로"
"넹?"

결국 삼성 언니는 '뭐지? 이 넘은? 바본가?' 하는 얼굴로 시계를 가져다 주었고, 
언니에게 기본으로 되어있는 베트남어를 영어로 바꿔달라고 하고는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찾아서 아이폰과 연결을 해줬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 기어 S2 (아아- 이름을 만들어줘야 겠네요) 간의 연결은 별 것 없습니다.
녀석을 공장초기화 시키고 (설정 > Gear 정보 > Gear 초기화) 녀석이 부팅을 할 때 아이폰에서 블루투스 기기로 찾아 (설정 > Bluetooth > Gear S2) 연결시키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갤럭시 기어 S2 에 있었던 수 많은 메뉴들이 사라지고 (의외로 의존성이 강한 녀석입니다 -_-;;;;) 꼴랑 시계, 건강, 알람 등의 단순한 메뉴들만 남게되죠. 
그리고는 메일이라든가 카톡이라든가 문자라든가 암튼 '알림'이 설정되어 있는 녀석들이 오면 시계에도 표시됩니다. 
단지 한쪽 방향으로만 되기 때문에 시계에서 확인은 가능하지만 송부는 불가능하게 되죠.


아마도 단순하게 아이폰은 

'아아-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하나 생겼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사용기를 쓰자면,

일단, 녀석은 정말로 시계같습니다.
장점은 이걸 차고 다녀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단점은 도무지 사람들이 내가 스마트 워치를 샀다는 걸 몰라준다는 것이죠. 
상사의 스마트 워치를 못알아본 우리팀 인간들에게 치졸한 복수를 할 예정입니다 -_-*)

의외로 쓸모가 있습니다.
무거운 회의 시간에 스마트폰 꺼내기 망설여지는데 녀석은 카톡이니 메일이니 등등을 계속 확인시켜줘서 편리하더군요.
뭐랄까 건강 기능이 있어서 오늘 얼마 걸었다, 심장박동수가 이렇다 등등을 얘기해주거나 한시간 이상 앉아있으면 움직이라고 종용도 합니다. 

충전기가 멋집니다.
아이워치도 있는데 기본으로 딸려오는 녀석만을 비교한다면 이쪽이 멋집니다.

아이폰 배터리가 오래갑니다.
뭐 당연히 아이폰을 보는 일이 줄어든 결과입니다.


뭐 이 정도네요.
앞으로 할 일은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과
삼성이 아이폰과 연결하는 앱을 만들면 다운받는 것 정도입니다.

인생 최초의 스마트 워치가 삼성 제품이 될 줄은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충동구매란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알았다는 얘기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