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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그리하여 오래된 관습은 바뀌게 되고

by mmgoon 2021. 11. 26.

 


생각을 해보니 아주 오래동안 한 종류의 청바지를 입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영국에 살적에 잠시 유니클로 청바지를 입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흑흑- 가난했져) 거의 대부분 리바이스를 애용했고, 

녀석은 뭐 기본적인 스트레이트를 입는 관계로 큰 디자인의 변화없는 청바지의 위치를 유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새 청바지가 필요해서 동네 리바이스 매장을 찾았죠.

"자 이 디자인이 좋습니다요"
"아 그게... 000은 없나요?"
"우리 나라에는 나오지 않는 디자인입니다. 하아 그리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너는 청바지를 모른다는 얼굴의 점원으로부터 아직 연세로 시작되는 말이 듣기 편한 나이도 아니고 -_-*, 

울산 인근에서 구매한 바로 그 000 디자인의 청바지를 입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뭐랄까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울산은 우리나라가 아니란 말인가 -_-;;;

결국 그 날은 청바지 구입을 포기했고, 얼마 전 다른 쇼핑몰에 있는 리바이스 매장을 찾았습니다.

"자자 이 디자인 어떠신가요?"
"그게 혹시 000 이나 스트레이트로 찾아봐 주시면 안될까요?"
"그게 (스윽 흝어보시면서) 사이즈가 있을까 모르겠네요. 자, 여기"
"아아, 이건 000도 아니지만 스트레이트도 아니자나요"
"다 비슷해요 청바지는"

뭐 이런 식으로 지난 세월 여러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리바이스를 입어온 나는 두 상점에 완전히 질려버렸고 (청바지는 다 다릅니다요), 

그 청바지 가게를 나왔죠.

보통 청바지 하나를 구매하는데 (상표와 모델이 이미 정해져 있는 관계로) 전체 구매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도데체 이 회사는 판매 정책을 바꾼 것인지, 두 가게 직원들 모두 너무 뻣뻣하다고 해야하나 내가 청바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청바지가 낡아가는데 새로운 녀석을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혼동스러워 하면서 점심이나 먹을까 하고 쇼핑몰을 걸어가는데 임시 판매대에서 청바지들을 세일해서 팔고 있더군요

'그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종업원이 있는 리바이스 상점을 찾을 때까지 임시로....'

라는 생각으로 저렴한 녀석을 하나를 찾아서 입어봤습니다.

'응?'

의외로 괜찬습니다.
이 후 이 임시 청바지는 마음에 더욱 들게되었고, 결국 지난 주말에 같은 회사 청바지를 친절한 점원의 도움으로 하나 더 구입을 했습니다. 
솔직히 직원분이 엄청 친절한 것은 아니었는데 (보통 정도라고 할 수 있죠), 적어도 리바이스 그 분들 처럼 자기 주장이 강하지는 않았다고나 할까 뭐 상대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게 정상 아니었던가? -_-;;;;

그리하여 저의 오랜 관습 하나가 바뀌게 되었고, 이제는 리바이스가 아닌 게스 청바지를 입고 다닙니다.
디자인이나 제품의 퀄리티가 아닌 상품 판매원 때문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군요.
역시나 세상은 늘 새로운 경험을 주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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