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이공 그러니까 호치민시에 살 때 베트남 친구들이랑 아침 운동이라고 새벽에 일어나서 테니스를 같이 치고나면
“자자, 스테미나를 위해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고 하하하”
하면서 저를 데리고 사이공 스타일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곤 했습니다.
아직은 시원한 아침 길거리에서 철판에 지글거리면서 나오는 바로 이 음식이 보네(Bò Né) 소위 사이공식 스테이크입니다.
보네(bò né)라는 이름은 보(bò) 소고기와 네(né) 피하다/수그리다 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철판에서 지글거리면서 기름이 튀니 알아서 피하면서 소고기를 먹는다 뭐 이 정도의 뜻입니다.
베트남 요리답지 않게 지글거리는 상태로 서빙되는 요리로, 양념에 재웠다가 구운 소고기와, 서니사이드업 계란 프라이, 파테, 소시지/햄 등이 철판에 올라갑니다.
이 녀석을 신선한 채소/허브, 절인 채소, 그리고 따뜻한 반미 빵과 함께 진한 소스에 찍으면서 같이 먹는 요리죠.
언뜻 보아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메뉴입니다. 소고기와 계란이 파떼와 함께 올라가니까요.
그렇지만 이 요리는 단순히 서양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념한 소고기는 명백히 베트남 요리사들의 해석이고, 허브/채소 등은 완전히 베트남 스타일입니다.
이 요리는 프랑스 식민지 영향력이 강했던 베트남 남부 해안 도시 판티엣이 고향이라고 합니다.
20세기에 판티엣은 프랑스의 행정 중심지였고, 이런 이유로 프랑스 정착민과 군인들이 살고 있어서 스테이크, 파떼, 바게트와 같은 주요 식재료를 들여왔는데, 이를 베트남 요리사들이 응용을 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한 대로 보네는 아침에 많이 먹는 메뉴입니다.
‘아침부터 스테이크를?’
할 수 있지만 왠지 보네는 아침에 어울리고 저는 아침에만 먹었습니다.
집을 잘못 고르면 질기고 질긴 베트남 소고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뭐랄까 다이나믹한 요리입니다.
왠지 맛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보네의 인기가 많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침에 남자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고기가 약간 질길 수 있고 등등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호치민시 1군에 유명한 보네 식당은 다음과 같습니다.
- Bò Né 3 Ngon (18 Đinh Tiên Hoàng, Đa Kao, Quận 1, Hồ Chí Minh)
- Bò Né Bà Nũi (94 Nguyễn Thái Bình, Phường Nguyễn Thái Bình, Quận 1, Hồ Chí Minh)
네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아 호치민 가면 보네를 먹을 거야” 라고 마쳐야할 것 같지만 정작 지금 땡기는 것은 보네와 유사한 반미차오(bánh mì chảo) 입니다. 응?
참고로 인터넷에는 보네가 반미차오와 같다는 글도 있던데…. 아아 아니랍니다.
반미차오에는 큰 고기가 올라가지 않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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