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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순서라는 문제에 대하여

by mmgoon 2018. 7. 5.




점심 먹고 와서 창 밖을 보니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장마비가 줄줄 내리고 있습니다.


"저기여 이사짐 중에여 염주같은 녀석들이 있는데 그게 뭔가여?"

"염주라.... 아아 마카다미아 너트 말씀하시는 건가여?"

"너트.... 였군요. 네네 그게 '너트'라면 문제없이 통관이 될겁니다"


뭐 이런 이야기를 며칠 전에 주고 받았는데,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습니다.


"아아 그니까요 내일 11시경에 짐이 도착을 한답니다"

"네네"


결국 이렇게 해서 베트남을 떠난 내 짐이 내일 온다는 소식을 받았죠.


"이런 이유로 내일 하루 휴가를 내렵니다"

"그런가?"

"네, 아무래도 이사의 요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말이죠"


내일 짐들이 도착을 하면 더 이상 거실 바닥에서 식사를 하고, 이불도 베게도 없는 매트리스에서 자는 생활이 끝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아- 허리가 아파요.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빈 우리집에 처음으로 도착한 녀석은 바로 냉장고였습니다.


"자자 설치가 다 끝났습니다. 한 2시간 있다가 음식을 넣으세요"


라고 기사아저씨가 말씀하셨지만 집에 암것도 없었기에 생수를 사다가 한 병 넣었답니다.


두 번째로 도착한 녀석은 세탁기였습니다.

녀석도 약간이 문제가 있었지만 훌륭하게 설치가 되었고 기사님이 떠나고 뭔가 가동시험을 해야할 것 같아서

아무 것도 없이 한 번 돌려봤습니다. 네네, 세제도 유연제도 빨래 건조대도 없었죠.


세 번째로 인터넷이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티비가 없어서 아직 세팅은 하지 못하고 있고요. 기가지니라는 녀석 나름 귀찮네요.


다음 날이 되고

에어컨과 전자렌지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커튼이 설치되었지요.


이렇게 적고 보니 뭔가 많은 것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실제 생활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이 바닥에서 먹고, 매트리스에서 잔다는 것이죠.

결국에는 순서적으로 베트남 짐들이 먼저 왔어야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나라에 정착을 할 때마다 '아아, 이 녀석이 먼저 왔어야 되'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됩니다.

우리 나라로 돌아왔지만 뭐 이런 상황은 큰 변함이 없군요.

과연 다음 주부터는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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