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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마지막 주의 풍경

by mmgoon 2018. 6. 21.




이번 주가 생각을 해보니 베트남 생활의 마지막 주일이다.


주일 날 교회엘 다녀와서 쿨쿨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어둑어둑한 저녁이 내려와 있다.

암것도 없는 집안을 바라다보다다가 베란다로 나갔더니 뭐랄까 후덥한 호치민 저녁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별다른 일없이 주말의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야 나름 특별한 마지막 주일이겠지만, 뭐 사이공으로서야 어느 한 주말의 저녁이었을 뿐이다.




월요일이 오고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익숙하게 걸어서 회사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아아, 마지막주라고.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말이지"


뭐 이 정도의 조용한 플랜이었으나 실제로는 화요일에 오시는 님하가 있었다.


"자자, 마지막으로 발표자료 점검하니까 부장들은 모여주세요"

"부장님, 님하들 출장건 빨랑 결재 올려주세요"

"아아아, 베트남 사람 만나서 뭐라고 하실건지도 알려주시구여"

"여기 싱가폴인데여 사장님이여 그쪽에서 이거이거 미리 준비하라고 하시네여"

"베트남 사람들이 마스크 팩을 선물로 주면 좋아할까나?"

"백업자료는 이렇게 만들어여? 확인해주세여"

"아아아아- 바쁘신줄은 아는데여 인도네시아 토끼들이 라마단이 끝났다고 연락왔어여"

"흑흑흑 이런 식으로라면 저는 홍콩 공항에서 12시간을 대기해야 한다구여"


등등의 상황들이 영화 매트릭스의 녹색 글자들 처럼 계속 떨어져내렸다.


그러니까 이번 주 상황을 요약하자면 어찌된 일인지 꼭 김부장이 귀국하는 전주에 

그러니까 환송회도 있어야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작별도 고해야 하는 그런 주에 

김부장의 새로운 상관과 그 상관의 상관과 그 상관의 상관이 동시에 베트남으로 날아오시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것이 발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_-;;;)




이런 식으로 화요일이 왔고, 결국 서정적인 마지막 주 따윈 꿈도 못꾸고 한국에서 날아오신 님하들과 공식 저녁을 하고 

늦게 도착하시는 높으신 님을 호텔에서 영접하고 나서 집에 돌아갔더니 수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수요일. 

아침부터 업무보고, 공식 오찬을 마치고 나서 님들을 모시고 탄손녓 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하노이는 전형적인 베트남 여인네 처럼 쿨하지 못하게 김부장을 불러댄 것이다.

탄손녓 국내선 터미널에 도착을 했더니 '어헉-' 평소보다 2배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님하들은 일단 저쪽 뭐랄까 특별한 라인으로 일단 뺐다.


"김부장아 우린 이렇게 쉭쉭 들어가는데 너는 그 줄에서 시간 맞춰 들어올 수 있어?"

"넹. 걱정일랑 마시고 들어가계세염"


님들은 먼저 들어가고 겨우겨우 게이트 앞으로 들어왔더니 오늘도 게이트가 바뀐다.


"저기여 7번이 아니시구여 5번 게이트로 오셔야 해염"


하고 카특을 날리고 보니 역시나 오늘도 연착이다.


"네네 그니까여 30분 지연입니다. 네네 별일은 아니구여"


다시 카톡을 날리고 나서 올라 탄 하노이행 베트남 항공 VN248 비행기는 뭐 변함이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애들은 울고, 중간에 과자와 물이 나오고 등등

결국 님하들과 떨어져서 이동하고 글도 쓰는 이 시간이 가장 편한 시간인 것 같다.


있다가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내리고, 호텔 체크인을 하고, 공식 만찬을 하고 

다시 내일 오전, 오후 미팅을 하고 님들을 한국으로 보내드리고

호치민으로 돌아오면 아마도 금요일 새벽일 것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사이공 마지막 주 풍경은.... 그닥 바란 것은 아니다.

뭐 이 정도가 주제인가.